[한겨레] "힘들었지 이제 괜찮아질거야'...어느 날 친구가 건넨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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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작성일 21-08-23 10:01
조회 2,1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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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래상담자’를 아시나요
대인관계, 진로·가족 문제 고민
친구에게 말 건네는 ‘또래상담자’
‘원무지계’ ‘어기역차’ 상담기법 배워
십대 마음은 십대가 가장 잘 알아
코로나19로 지난 한해 ‘집콕’ 할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관계 단절이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하 개발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조사를 보면 요즘 십대들은 대인관계, 일상생활의 급격한 변화, 학업·진로의 불안과 걱정으로 속앓이했다. 청소년 시기에 마음 털어놓을 곳이 마땅찮은 경우,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 서서히 마음의 벽을 쌓기도 한다.
‘또래상담’이라는 게 있다. 십대들이 십대들을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부모 및 교우 관계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부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준다.
따돌림이나 학교 폭력 등으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느낌이 들 때 다른 친구와의 접점을 만들어주는 구실도 한다. 학교에 ‘또래상담 동아리’가 있는 경우 지도교사를 통해 기본 교육을 받고, 지역에 있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서 상담 관련 심화 교육을 수료하면 또래상담자로 활동할 수 있다.
■ 십대들의 고민은 모두 연결돼 있다
“자퇴를 고민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인생에 있어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라 무척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그저 ‘네 고민을, 나는 이해한다’라는 한마디를 마음을 다해 전하고 싶었죠.”
김희은 학생(한광여고3)은 학교 또래상담 동아리 ‘미쁨아띠’에서 3년째 또래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친구들의 학업 고민, 연애 이야기 등을 들어주다가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학교 상담 선생님을 통해 도움받은 게 계기가 되어 평택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이하 센터)에서 진행하는 심화 교육 등을 이수했다.
십대들의 삶의 터전인 교실과 기숙사 등에서 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담 사례를 살펴보고 동료 또래상담자들과 토론하며 대화법과 상담 방법론도 익혔다. 김희은 학생은 특히 부모와 갈등을 겪는 사례, 가정 폭력 고민 등에 관심을 가졌다.
또래상담자 교육을 통해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먼저 알게 돼 큰 도움이 됐다고도 말한다. 김희은 학생은 “센터 교육에서 상담기법 등을 배우기 전에 내 성격 유형이나 기질 등을 먼저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며 “친구를 이해하려 하기 전에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진로도 사회복지 분야로 정했다. “가정복지학과나 아동청소년학과 쪽으로 공부하고 싶어요. 또래상담자로 꾸준히 활동하며 다른 사람의 슬픔과 행복에 공감해본 경험이 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됐거든요.”
고교 시절 3년 동안 또래상담을 이어오며 상담자와 피상담자의 신뢰 쌓기 방법 등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김희은 학생은 “국·영·수 성적, 비교과활동 등이 모두 중요하지만 온종일 교실에서 얼굴 맞대고 사는 친구들의 내밀한 감정선을 살핀 뒤 다친 마음을 안아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민이 많았겠다. 나도 예전에 그랬어. 이제 괜찮아질 거야’ 한마디만으로도 친구들은 위로를 받았어요. 누군가에게 온전히 이해받는 경험과 느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의 일탈 행동을 가장 먼저 이해해주는 것도 또래상담자들이기에, 학교 차원의 자치 법정에서 다룰 만한 문제에도 이들의 손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또래상담을 통해 ‘경청’과 ‘마음 돌봄’을 먼저 경험해보면 쉽게 풀리는 문제들이 꽤 있다. 김희은 학생은 “또래상담을 하다 보면 친구의 고민이 지난날 내 고민이기도 했다. 부모님과의 관계나 학업 스트레스 등 마음이 아팠던 부분들을 서로 이야기하고 공감해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 말했다.
■ ‘역지사지’는 기본이죠
또래상담을 통해 심리학에 관심 갖게 된 신봉규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신한고등학교에서 또래상담 활동을 이어오던 신씨는 아주대학교 심리학과에 진학했다. 신씨는 “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며 상담에도 규칙과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원무지계’ ‘어기역차’ 상담법 등을 익히면서 친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래상담을 하고 싶다면 ‘솔리언 또래상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솔리언(solian)이란 ‘솔브’(solve, 해결하다)와 ‘이언’(ian, 사람을 뜻하는 접미어)의 합성어로 또래의 고민을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돕는 친구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원무지계’는 ‘원하는 게 뭐니, 무엇을 해봤니,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계획을 세워보자’의 앞 글자를 딴 상담법이다. ‘잠하둘셋’ 기법, ‘어기역차’ 상담법도 있다. 개발원에서 십대 또래상담자 교육을 위해 만든 상담기법들이다.
잠하둘셋 기법의 핵심은 ‘잠시 멈춤’이다. 신씨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상담자가 회피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는 일단 ‘잠깐’ 대화를 멈춘 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면서 여유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기역차(어떤 이야기인지 잘 들어준다, 기분을 이해해준다, 역지사지로 공감해준다, 생각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 상담법도 실제 또래상담에서 큰 도움이 됐어요. 상담을 요청한 친구들과의 신뢰 관계가 두터워지고 더불어 저 자신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신씨는 “고교 생활 동안 상담자, 내담자, 관찰자로 세명이 조를 짜서 상담 연습도 많이 했다”며 “또래상담자로서 ‘내가 이 친구의 고민을 반드시 해결해주겠다’는 식보다는 휴식 같은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마음이 잘 전해져 가족 문제나 재수 고민 등에 관해 조금씩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또래상담 창구 더 늘어나야
또래상담은 무엇보다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촉매 구실을 한다. 센터 상담지원팀에서 일하는 임혜림 상담사는 “현장에서 확실히 느끼는 건 또래상담 프로그램이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가장 접근성이 높은 상담 채널은 또래들이다. 청소년이 청소년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창구를 적극적으로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십대들의 다양한 이슈를 가장 먼저 ‘캐치’해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또래들이거든요. 우리 청소년들은 깊게 듣고, 살피고, 누군가를 도울 준비가 돼 있어요. 공교육 차원에서도 또래상담 교육에 더 큰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보도자료 전문 링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92663.html
대인관계, 진로·가족 문제 고민
친구에게 말 건네는 ‘또래상담자’
‘원무지계’ ‘어기역차’ 상담기법 배워
십대 마음은 십대가 가장 잘 알아
코로나19로 지난 한해 ‘집콕’ 할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관계 단절이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하 개발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조사를 보면 요즘 십대들은 대인관계, 일상생활의 급격한 변화, 학업·진로의 불안과 걱정으로 속앓이했다. 청소년 시기에 마음 털어놓을 곳이 마땅찮은 경우,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 서서히 마음의 벽을 쌓기도 한다.
‘또래상담’이라는 게 있다. 십대들이 십대들을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부모 및 교우 관계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부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준다.
따돌림이나 학교 폭력 등으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느낌이 들 때 다른 친구와의 접점을 만들어주는 구실도 한다. 학교에 ‘또래상담 동아리’가 있는 경우 지도교사를 통해 기본 교육을 받고, 지역에 있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서 상담 관련 심화 교육을 수료하면 또래상담자로 활동할 수 있다.
■ 십대들의 고민은 모두 연결돼 있다
“자퇴를 고민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인생에 있어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라 무척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그저 ‘네 고민을, 나는 이해한다’라는 한마디를 마음을 다해 전하고 싶었죠.”
김희은 학생(한광여고3)은 학교 또래상담 동아리 ‘미쁨아띠’에서 3년째 또래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친구들의 학업 고민, 연애 이야기 등을 들어주다가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학교 상담 선생님을 통해 도움받은 게 계기가 되어 평택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이하 센터)에서 진행하는 심화 교육 등을 이수했다.
십대들의 삶의 터전인 교실과 기숙사 등에서 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담 사례를 살펴보고 동료 또래상담자들과 토론하며 대화법과 상담 방법론도 익혔다. 김희은 학생은 특히 부모와 갈등을 겪는 사례, 가정 폭력 고민 등에 관심을 가졌다.
또래상담자 교육을 통해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먼저 알게 돼 큰 도움이 됐다고도 말한다. 김희은 학생은 “센터 교육에서 상담기법 등을 배우기 전에 내 성격 유형이나 기질 등을 먼저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며 “친구를 이해하려 하기 전에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진로도 사회복지 분야로 정했다. “가정복지학과나 아동청소년학과 쪽으로 공부하고 싶어요. 또래상담자로 꾸준히 활동하며 다른 사람의 슬픔과 행복에 공감해본 경험이 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됐거든요.”
고교 시절 3년 동안 또래상담을 이어오며 상담자와 피상담자의 신뢰 쌓기 방법 등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김희은 학생은 “국·영·수 성적, 비교과활동 등이 모두 중요하지만 온종일 교실에서 얼굴 맞대고 사는 친구들의 내밀한 감정선을 살핀 뒤 다친 마음을 안아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민이 많았겠다. 나도 예전에 그랬어. 이제 괜찮아질 거야’ 한마디만으로도 친구들은 위로를 받았어요. 누군가에게 온전히 이해받는 경험과 느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의 일탈 행동을 가장 먼저 이해해주는 것도 또래상담자들이기에, 학교 차원의 자치 법정에서 다룰 만한 문제에도 이들의 손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또래상담을 통해 ‘경청’과 ‘마음 돌봄’을 먼저 경험해보면 쉽게 풀리는 문제들이 꽤 있다. 김희은 학생은 “또래상담을 하다 보면 친구의 고민이 지난날 내 고민이기도 했다. 부모님과의 관계나 학업 스트레스 등 마음이 아팠던 부분들을 서로 이야기하고 공감해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 말했다.
■ ‘역지사지’는 기본이죠
또래상담을 통해 심리학에 관심 갖게 된 신봉규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신한고등학교에서 또래상담 활동을 이어오던 신씨는 아주대학교 심리학과에 진학했다. 신씨는 “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며 상담에도 규칙과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원무지계’ ‘어기역차’ 상담법 등을 익히면서 친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래상담을 하고 싶다면 ‘솔리언 또래상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솔리언(solian)이란 ‘솔브’(solve, 해결하다)와 ‘이언’(ian, 사람을 뜻하는 접미어)의 합성어로 또래의 고민을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돕는 친구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원무지계’는 ‘원하는 게 뭐니, 무엇을 해봤니,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계획을 세워보자’의 앞 글자를 딴 상담법이다. ‘잠하둘셋’ 기법, ‘어기역차’ 상담법도 있다. 개발원에서 십대 또래상담자 교육을 위해 만든 상담기법들이다.
잠하둘셋 기법의 핵심은 ‘잠시 멈춤’이다. 신씨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상담자가 회피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는 일단 ‘잠깐’ 대화를 멈춘 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면서 여유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기역차(어떤 이야기인지 잘 들어준다, 기분을 이해해준다, 역지사지로 공감해준다, 생각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 상담법도 실제 또래상담에서 큰 도움이 됐어요. 상담을 요청한 친구들과의 신뢰 관계가 두터워지고 더불어 저 자신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신씨는 “고교 생활 동안 상담자, 내담자, 관찰자로 세명이 조를 짜서 상담 연습도 많이 했다”며 “또래상담자로서 ‘내가 이 친구의 고민을 반드시 해결해주겠다’는 식보다는 휴식 같은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마음이 잘 전해져 가족 문제나 재수 고민 등에 관해 조금씩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또래상담 창구 더 늘어나야
또래상담은 무엇보다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촉매 구실을 한다. 센터 상담지원팀에서 일하는 임혜림 상담사는 “현장에서 확실히 느끼는 건 또래상담 프로그램이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가장 접근성이 높은 상담 채널은 또래들이다. 청소년이 청소년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창구를 적극적으로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십대들의 다양한 이슈를 가장 먼저 ‘캐치’해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또래들이거든요. 우리 청소년들은 깊게 듣고, 살피고, 누군가를 도울 준비가 돼 있어요. 공교육 차원에서도 또래상담 교육에 더 큰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보도자료 전문 링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926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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